본문 바로가기

영화

전주 국제 영화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는 영화제가 열리는 주요 공간인 영화의 거리를 두 가지 시선으로 그렸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상상들이 모여 풍요로운 가상의 도시를 만들고, 그것들이 다시 현실의 도시를 즐겁게 만들어 주는 ‘스마트폰 속의 도시’ 이미지와 외로운 현대인들이 ‘전주’와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모이는 ‘현실로서의 도시’ 이미지를 표현했다. 바라보면 웃음을 자아내는 아기자기한 이미지들과 봄날의 따스함을 연상시키는 산뜻한 파스텔 톤의 색채들로 가득한 이번 포스터는 현실의 도시와 가상의 도시를 번갈아 바라보며 각각에 숨겨져 있는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





씨민과 나데르, 별거

Nader and Simin, A Separation  <
개막작>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으로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불꽃놀이>의 감독이자, <어바웃 엘리>로 2009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던 아스가르 파르허디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 <씨민과 나데르, 별거>를 선정했습니다.

영화는 법정 안에 앉아있는 한 부부의 사연으로 시작합니다. 부인 씨민은 딸 테르메를 위해 이민을 가고 싶어 하지만 남편 나데르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 때문에 이란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씨민은 자신의 이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별거를 선언하고 친정으로 가버립니다.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나데르는 일하는 낮 시간 동안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임신한 라지에를 고용합니다. 라지에는 어린 딸과 함께 아버지를 돌보지만, 그녀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나데르를 격분하여 몸싸움 끝에 라지에를 해고합니다. 그러나 라지에는 유산을 하게 되고, 라지에 부부는 나데르를 살인 혐의로 고소합니다.

영화는 초반에 그의 전작 <불꽃놀이>처럼 부부문제에 대해 집중하는 듯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전혀다 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은 각기 다른 윤리적 딜레마에 처하게 됩니다. 영화는 어떤 인물에게도 동정의 시선을 주지 않으면서 자칫통속적일 수 있는 이야기의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가는 동시에 인물들의 내적, 외적 갈등을 통해 거짓말의 윤리적 문제, 종교적 신념, 성(性)과 계급의 문제 같은 이란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다양하고 보편적인 사회적 문제들을 담아내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갑니다.

전작들을 통해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포착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와 버무려내는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주었던 아스가르 감독은 이번에도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모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이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뛰어난 촬영그, 리고 많은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을 잘 정리해낸 효과적인 편집을 통해 인물들이 겪는 첨예한 갈등과 이란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윤리적 문제들을 설득력 있게 엮어내며, 영화에 강력한 힘을 불어넣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금곰상과 남녀주연상을 휩쓸며 작품성과 상업성을 겸비한 영화라는 격찬을 받은 <씨민과 나데르, 별거>를 개막작으로 선정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2006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오프사이드>를 연출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지난해 12월 반체제 활동을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6년의 징역형과 일체의 영화 활동 금지를 선고받은 것을 상기하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선택이 이란 영화계에 작은 힘이 되길 함께 기대합니다.







전주 국제 영화제
기간 : 2011년 4.28~5.6

http://www.jiff.or.kr